이 대표 찬사 댓글 범람···"마침내 정신이 멀쩡한 인물 탄생"
"한국 정치인조차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이 대표 발언 사흘 뒤 관영 매체 일제히 보도해 선거개입 의심

KBS 화면 캡처(2024년3월22일)
KBS 화면 캡처(2024년3월22일)

 

중국에 대해 그냥 '셰셰(謝謝·고맙다)'하면 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중국 언론과 포털 등에서 대대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포털 검색어 2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면서 이 대표에 대한 찬사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당진 유세에서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하면 된다"고 말한 이후 침묵하던 중국에서 본격 반응을 보인 것은 25일부터다.

이날 오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상당수 매체가 '이재명이 윤석열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 비난', '이재명,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 등 제목으로 이 대표 발언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 결과 26일 오전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 2위에 '셰셰' 발언이 올랐다. 

중국 매체들은 이 대표의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약자가 강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의미의 '자오러[招惹]'로 번역했다. 

약자인 한국이 강자인 중국의 심기를 괜히 건드려 불편하게 한 점을 이 대표가 지적했다는 뜻을 전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번역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최대 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왜 중국을 도발하는지,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편향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재명이 중국에 대한 윤석열의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유력 매체인 펑파이와 관찰자망은 "4월 제22대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2.8%로 집권 국민의힘(37.1%)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검열·통제를 받는 관영 매체들이 이 대표 발언 사흘 만에 관련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국 총선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에서는 26일 오전 이 대표의 발언이 메인 화면에 떴고 '이재명이 윤석열 비난: 왜 중국을 도발하느냐'가 한때 인기 검색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관 검색어는 '윤석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경고' '윤석열의 대만 발언'이었다. 

지난해 4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불용치훼' 경고(내정 간섭 말라)가 재조명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첫 번째 정상회의 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2023년 11월16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첫 번째 정상회의 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2023년 11월16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 대표를 호평하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웨이보에서는 '한국 정치인조차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마침내 한국에서 정신이 멀쩡한 인물[明白人]이 나타났다' 등 글이 게시됐다.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이재명 띄우기'는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단식을 전후한 시기부터 계속됐다.

당시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올라온 단식 영상에는 "전 세계의 영웅", "이재명은 빛[明]"이란 댓글이 달렸다. 

이러한 현상은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는 이 대표를 중국의 우군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한미 동맹 외교와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말을 공손히 듣는 모습으로 중국인들의 환심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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