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표심 얻을 수 있으나 양국 발전에는 악영향

KBS 화면 캡처(2024년3월22일)
KBS 화면 캡처(2024년3월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謝謝·감사) 발언을 계기로 사대주의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충남 당진 유세에서 "이번 총선은 '신(新)한일전이다"며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라고 따지기도 했다.

"중국엔 굴종하고 일본은 무조건 척결을 외치는 수준이 한심하다"는 국민의힘 비판에는 "양안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바람에 한반도 위기를 불러왔다"고 응수했다.

이 대표의 친 중국 행보가 그동안 숱한 역풍에도 반복되는 것은 선거에 미칠 철저한 득실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중국 사랑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22년 10월 18일이다.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에 축하 서한을 전달한 사실이 중국중앙(CC)TV 보도로 확인돼 비판을 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6.25 참전 70주년 기념 담화에서 '항미원조 정신'을 천명한 데다 북한의 핵 도발을 사실상 묵인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미군을 격퇴해 북한을 지켜냈다는 항미원조는 한반도 통일을 막고 국토를 폐허로 만든 중공군의 불법 개입을 되레 미화하는 중국식 표현이다. 

이 대표는 작년 6월 8일 주한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만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외교 강화 정책을 겨냥해 "중국 패배에 베팅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할 때 침묵한 탓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이 대표가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셰셰'를 외친 데는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속셈이 깔린 게 분명하다.

매우 작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국회의원 선거전에서 국내 중국인이나 화교 유권자를 우군으로 묶으려고 노이즈 마케팅에 나선 모양새다.

'대중 굴욕' 논쟁이 뜨거워질수록 이 대표의 노림수는 대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반중 여론의 악화로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은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친일 정권인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신한일전'이라는 규정으로 방파제를 구축했다는 자신감에서다. 

중국계 표심을 노린 민주당의 구애 행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4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귀환 중국 동포 권익 증진 특별위원회 당원 전진 대회'가 열렸고 추미애·박영선·노웅래 등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고 일부는 축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옥선 중국동포특위 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중국 동포들이 정말 총력 해서 승리하고자 다짐하는 자리였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2019년 '더불어동포연합회'라는 조선족 단체 창단식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했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장영승 전 화교협회 사무국장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조선족은 한중 축구 경기 때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는 설문조사에서 87%가 중국이라고 답할 정도로 중국인 정체성이 강하다.

2021년 기준 국내 거주 조선족과 중국인은 각각 25만3,533명, 17만852명이다. 국적을 취득했거나 한국인 배우자 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친중국 유권자는 30만~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숫자라면 중국의 통일전선 공작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200여 개 홍보 사이트 등을 통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포털에서 한미일 밀착 관계를 비판하는 댓글이 범람하는 것은 중국발 여론 공작의 징후로 의심된다.

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 정치대 교수는 작년 8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중국의 총선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그동안 포섭한 친중 전문가·정치인·단체 등을 동원해 정치전을 펼칠 것이다. 한국의 중국인 선거권 부여는 국가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서해 75% 영해 선언, 사드 보복, 고구려·발해 자국 편입, 한복·김치 원조론 등으로 힘 자랑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선거 개입마저 용인한다면 한국의 주권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따라서 이 대표의 '셰셰' 발언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국의 한반도 지배 야욕을 부추겨 양국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중국이 주변 민족을 오랑캐로 무시하며 짓밟는 오랜 속성을 이 대표가 잘 모른다면 연합뉴스 황대일 선임기자가 쓴 '중국 갑질 2천 년'을 읽어보길 권한다.

중국이 지리멸렬할 때 아시아는 평화로웠고, 그들이 강성할 때 한반도가 피눈물을 흘린 역사가 이 책에 자세히 담겨 있다.

거란군 10만 대군이 침략한 1018년 고려가 '셰셰' 대신 힘으로 응징함으로써 장기 평화를 구가한 귀주대첩의 교훈까지 되새긴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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