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 판결 '캐스팅 보트' 직후 50억 약속 의혹
화천대유 고문으로 1억5,000만 원 받은 사실은 입증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왼쪽부터)과 유상범 법률자문위원장, 권오현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철청에 권순일 전 대법관과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최관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2021.10.12/뉴스1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왼쪽부터)과 유상범 법률자문위원장, 권오현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철청에 권순일 전 대법관과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최관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2021.10.12/뉴스1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권순일(65·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 4년 전 그의 수상쩍은 행적이 관심사로 부상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2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 수색을 했다.

2020년 9월 법복을 벗은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사건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1년간 1억5,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퇴임 2개월 전 이뤄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로부터 50억 원 약속을 받은 의혹도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6‧13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 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살아났다.

2020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친형 강제 입원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기사회생할 당시 김만배 씨가 결정적 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무죄 확정은 김만배 씨와 권 전 대법관의 합작품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김만배 씨가 '내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권순일에게 부탁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 씨가 2019년 이후부터 권순일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판·검사들과 수도 없이 골프 하면서 100만 원씩 용돈을 줬다는 말도 했다"고 진술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23년 10월 23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23년 10월 23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은 김만배 씨의 대법원 청사 출입 사실을 조회해 남 변호사의 진술 신빙성을 높이는 기록을 확인했다. 

김만배 씨가 2019년 7월 16일~2020년 8월 21일까지 대법원을 9차례 방문했고 그중 8차례 방문 장소가 '권순일 대법관실'로 기재됐다.

전주혜 의원은 "김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지사 사건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해 관계자라 할 수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를 대법관이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김만배 씨가 권순일 대법관을 만난 직후 법관들조차 알기 힘든 이 대표 재판 정보들이 새 나가 '재판거래' 의혹이 커졌다.

JTBC가 확보한 김만배씨 음성파일에 따르면 2020년 3월 13일 김 씨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영학 회계사 등과 만나 재판 얘기를 나눴다.

이성문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은 선거 지나고 한 6월, 7월에 선고나죠?"라고 묻자, 김씨는 "선거 끝나야 돼"라고 답했다.

이어 김 씨는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에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 보는데"라는 발언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알 수 없는 보고서 일정이나 새 연구관의 기록 검토 정보를 일주일 전 권 대법관을 만난 김 씨는 사실상 실시간으로 꾀고 있었다.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2021.10.1/뉴스1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2021.10.1/뉴스1

 

이재명 대표의 옛 측근들도 재판거래가 성공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20년 6월 24일 이재명 캠프 출신인 임모 씨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비서관에게 "지사님은 잠정 표결을 한 모양이야. 잘 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7월 16일 결과가 나올 모양이야.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 8대 5나 예를 들어서"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는 2020년 7월 16일이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표결은 무죄 7대 유죄 5, 기권 1이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2021년 11월과 12월 두 차례 소환했으나 수사는 여태껏 진척되지 못했다.

검찰이 재판거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소환 전에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권 전 대법관의 혐의가 일부 소명된 것으로 판단해 이번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여 검찰 수사에서 재판거래 의혹의 실체가 얼마나 소상히 드러날지 주목된다.

권 전 대법관은 그동안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며 화천대유에서 받은 1억5,000만 원의 고문료는 장애인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 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