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거부 의사는 내숭이라는 '강간통념' 활용"
"피해자에게 물적 증거 없다면 무고 입증 쉽다"
여성단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에게 올가미 씌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수진 강북을 후보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수진 강북을 후보와 대화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은 조수진 변호사가 여러 성범죄자들에게 제공한 변론 방식이 총선 정국에서 일파만파 파문을 낳고 있다.     

21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조 변호사는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했다.     

이 학생은 2017년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으로 성병에 걸렸다가 3년 후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탓에 수사와 재판이 늦어졌다.     

조 변호사는 법정에서 "다른 성관계로 성병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며 여학생의 아버지를 가해자로 지목해 2차 피해를 촉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체육관 학생들의 진술과 피해자 심리검사, 산부인과 의사 소견 등을 근거로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2022년엔 남성 2명이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피고인이 술을 많이 마셔 심신 미약이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 전후 상황과 범죄 경위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했다.      

2018년 여고생에게 밤마다 전화하거나 동침을 요구하며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할 때는 단순한 애정행각으로 몰아갔다.     

여학생이 이성적 호감 표시를 했으며 피고인이 강사 신분이라서 위력에 의한 추행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10세 여아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확대한 남성을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는 글을 올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달 전인 7월엔 "성범죄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있었던 일이고 당사자인 피해자와 피고 둘만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증거 싸움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며 "피해자에게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자신이 무고하게 고소당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쉬워진다"는 묘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 글에서는 배심원들의 '강간통념'을 잘 활용하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간통념'이란 여성이 관계를 원하면서도 겉으로는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식의 내숭을 떠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의미한다.      

조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서 배심원 판결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강간통념)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고 권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 여성이 주변에 알리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최대 걸림돌로 강간통념을 꼽는데 조 변호사는 이를 되레 면책 수단으로 선전한 셈이다.     

그의 이력이 알려지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9일 성명을 내고 "조수진 후보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 다른 올가미를 씌운 만큼 입법기관 공직자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또한 "여성 후보 가산 제도는 수많은 여성 인권 활동가들이 노력한 결과물이지, 성폭력 피의자 전문 변호사의 입신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공천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146개 단체로 이뤄진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도 이날 "강간통념은 성범죄자 처벌을 가볍게 하고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편견의 적극적인 활용을 조언한 인물은 국민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에 성평등 관점의 공천기준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수진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제대로 된 인물을 공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이 지금 정상 정당이 아니라 문화혁명 시기 중국의 모습이다. 쉽게 말하면 정당 조직이 다 와해가 된 거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변 사무총장 출신의 조 변호사는 아주 독특하게 성폭행 가해자들을 변호했다. 성폭행범의 죄를 덜어주는 것으로 먹고 살 거라면, 최소한 이마에 훈장처럼 써 붙이는 그 '민주'라는 말은 떼고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라고 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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