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승인받아 수사 착수했는데도 친문 집단 반격
함성득 교수, 윤 대통령의 수사 비화 직접 듣고 책 출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조국 수호·검찰 개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5/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조국 수호·검찰 개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5/뉴스1

 

조국혁신당을 창당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력한 팬덤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비밀 회동 때문에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조국 민정수석 일가족 비리를 수사했는데도 이 사실이 철저히 은폐된 탓에 조국 수호 세력이 한순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 연구소 이사장 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최근 펴낸 '위기의 대통령' 책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함 원장은 조국 사태 등과 관련해 그동안 언론에서 알려지지 않은 궁금증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해 들은 내용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25일 검찰 수장이 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조국 민정수석 일가에 대한 언론의 대대적인 비리 의혹 보도를 계기로 수사를 검토했고 본격적인 수사는 문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시작했다는 게 함 원장의 전언이다.

언론의 조국 수석 검증의 발화점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이준우 보좌관이었다. 

이 보좌관은 조 수석의 장관 내정 닷새 뒤인 8월 14일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됐는데도 장학금을 여러 번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 관련 기록을 확인해 언론에 공개했다.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사진은 2019년 12월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 걸린 현수막 모습.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사진은 2019년 12월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 걸린 현수막 모습.

이후 언론들이 조 수석 일가의 비리 의혹을 앞다퉈 보도했고, 윤 총장은 대검 참모 회의 등을 거쳐 보도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 의견을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에게 제시했는데 이 사실이 문 대통령이 아닌 일부 친문 실세에게 전해져 결국 8월 27일 수사가 시작됐다. 

언론 공세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문 대통령은 태국·미안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친 9월 6일 청와대에서 윤 총장과 단독으로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다.

윤 총장의 단독 만찬은 친문 핵심 인사와 청와대 참모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윤 총장은 조국 수석 일가족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했다가 "그럼 조국이 위선자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저의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조 수석의 부인 정경심 씨를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문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고 윤 총장은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합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의사를 존중한 듯 정경심 씨의 기소를 막지 않음으로써 검찰 수사를 묵시적으로 용인한 셈이라고 함 교수는 해석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조 수석과 관련한 보고는 검사 출신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직보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독 면담 사실이 알려지면 조국 장관 수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극소수 친문 실세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철저히 함구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민주당 김종민·표창원·박주민·이철희 의원 등이 조국 옹호를 외쳤는데 해당 사실을 알았더라면 정국이 전혀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라고 함 교수는 평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에 앞서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발언이라며 "내가 봤더니 조국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절대로 법무 장관이 되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2019.10.29/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에 앞서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발언이라며 "내가 봤더니 조국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절대로 법무 장관이 되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2019.10.29/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단독 면담 정보에 어두운 탓에 조국 수호를 강하게 외치며 '윤석열 반대, 조국 수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의 비리 의혹 수사를 비밀리에 용인하면서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이중성을 보이다가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사임 쪽으로 급선회했다.

9월 20일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면서 귀국 전에 조 장관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친문 세력이 조 장관의 낙마를 막으려고 '검찰 개혁 방해', '편파 수사', '조국 희생양' 등 프레임을 짜 문 대통령의 지시에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그 결과 조국 수호 여론이 급상승해 9월 16일부터 시작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확산하고 9월 28일에는 대검찰청 청사 주변에 인파가 몰려 모든 도로를 점거했다.

주최 측은 조국 퇴진 반대 여론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회 참가 인원을 150만~250만 명이라고 부풀렸고 문 정권 나팔수로 불린 MBC는 "주최 추산 100만 명이 모였다'고 보도했고, 다음날엔 추산 인원을 200만 명으로 더 높였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이틀 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출연해 "딱 보니 백만"이라고 주장, 언론 역사에 대형 오점을 남겼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조국 수호 지지자들이 강철대오를 이뤄 여태껏 '조국 희생양' 프레임을 유지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비리 혐의가 입증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부인 정경심 씨의 징역 4년 형이 확정됐는데도 팬덤 현상이 지속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검찰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탄핵을 주장하자 지지층이 열광하면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순식간에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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