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는 불방이 아니고 연기"
"세월호 참사 제작 확대한 PTSD 극복기 정규 방송"

세월호 9주기를 약 한달 앞둔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일대에서 4·16가족협의회와 서울·대구·밀양·정읍 세월호를기억하는시민모임,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단체들이 기억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9주기를 약 한달 앞둔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일대에서 4·16가족협의회와 서울·대구·밀양·정읍 세월호를기억하는시민모임,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단체들이 기억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KBS '다큐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의 제작 범위와 방영 시기를 둘러싼 내분이 계속되자 제작 책임진이 27일 공개 해명에 나섰다.

책임진은 이날 TV편성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잘못 알려진 부분을 실무진에게 설명하고 갈등을 봉합하려 했으나 안건 제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비롯한 여러 재난을 엮어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시리즈를 만들되 방영 일정은 준비 기간을 고려해 6월로 늦추라는 이제원 제작본부장의 지시에 실무진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실무진은 4.16 세월호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10주기에 맞춰 오는 4월 18일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 간 대립이 팽팽한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참여 거부까지 겹치자 해당 다큐멘터리는 40%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됐다.

이에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 본부는 "다큐멘터리가 총선 영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측 논리에 의해 좌초됐다"며 "2024년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또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야당 정치권 등도 언론노조 주장에 동조해 다큐멘터리를 세월호참사 10주기에 맞춰 편성하라고 압박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6일 "박민 사장은 KBS를 어디까지 추락시킬 심산인가"라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회사 안팎에서 확산하는 파문을 해소하려던 TV편성위원회마저 무산되자 이 프로그램을 책임진 제작1본부는 27일 '다큐인사이트 TV편성위원회 무산'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먼저 "1, <다큐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는 불방이 아니고 연기입니다. 2. 제작중단이 아니고 확대 제작입니다. 3. 세월호 10주기 특집이 아니라 정규 방송입니다. 4.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아니라 대형재난사고 생존자 PTSD극복기 방송입니다"라고 밝혔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KBS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16연대 제공)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KBS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16연대 제공)

 

이어 그간의 진행 과정을 전하면서 실무진과 야권 등의 공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담당 국·부장을 경유하거나 실무진을 직접 면담해 당초 기획 의도가 세월호뿐만 아니라 대구지하철, 씨랜드화재, 삼풍백화점 등 대형참사 생존자 PTSD 극복기인 만큼 전체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6월 이후에 방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무진은 4월 18일 방송을 주장하며 TV편성위원회 소집을 요구했고, 이 문제는 방송법과 위임 규정에 따라 본부장·국장·부장이 결정할 사안인데도 제작1본부가 수용했다.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재차 충실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TV편성위원회 개최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진은 기존 기획안인 '다큐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의 제목을 바꿔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를 안건으로 제시했다.

제작1본부는 전 본부장이 가승인한 타이틀로 안건이 상정돼야 열린 마음으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며, 현명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며 기존 제목을 유지하자는 역제안을 했다. 

실무진은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포함된 안건명을 고집하다가 편성위원회 안건의 긴급 공방위 상정을 선언함으로써 TV편성위원회 개최가 무산됐다. 

이에 제작1본부는 "서로의 입장과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가 무산되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소중한 시간이 소요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당초 기획대로  대한민국 대형참사를 조망하고  참사 생존자들의 PTSD 극복에 우리 사회가 함께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영방송 KBS의 역할이다."고 역설했다. 

반면, KBS PD협회는 "PD협회 시사교양 PD들은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의 최소한 대화 장치인 TV편성위원회마저 파행을 낳게 한 이제원 제작본부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 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