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워라밸’에 관한 짧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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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EN 서밋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세션을 소개할까 한다. 국제탐사보도기자협회(ICIJ)의 데이터&리서치 헤드 마르 카브라(Mar Cabra)와 인디아투데이의 편집국장 아룬 푸리에(Aroon Purie)가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주제로 대화하는 세션이었는데 갑자기 기자의 워라밸로 주제가 옮겨갔다. 실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라는 말을 썼다.

일이 중요하지만 삶도 중요하다는 마르(파나마 페이퍼스 등 엄청난 작업을 진두지휘한 기자다)와 기자에게는 일이 곧 워라밸이라고 주장하는 아룬(이 사람은 CEO고 마르보다 나이가 두 배쯤 많다), 둘 다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삶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사회는 구글 뉴스 디렉터 마드하브 친나파(Madhav Chinnappa)다.

다음은 6월1일 오후 “With the benefit of hindsight (or our biggest mistakes)”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 가운데 일부다.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약간의 의역이 있을 수 있다.)

정리=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취재 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왼쪽부터 Mar Cabra와 Aroon Purie, Madhav Chinnappa.

(앞부분 생략)

마르 : 지난 몇 년 동안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는 문화를 경험했다. 내 커리어의 가장 큰 실수, 특히 지난 7년 동안 ICIJ에서 일하면서 했던 가장 큰 실수는 내 일이 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7년 동안 ICIJ에 기밀 유출(leak)이 쏟아졌다. 먼저 2013년에 발표된 260GB 분량의 오프쇼어 리크스(Offshore Leaks)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에 10배나 되는 파나마 페이퍼스를 받았다. 1150만 건의 문서 데이터가 2.6TB 분량이나 됐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공동 탐사보도에 대한 시각을 바꿨다. 79개국에서 150건이 넘는 조사가 실시됐고, 5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2개 정부를 무너뜨렸고, 스페인에서는 관료들이 사임해야 했다. 우리는 심지어 퓰리처상도 받았다.

보기에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정말 좋았다. 커리어의 절정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 질문하게 됐다. “나는 어디에 있지? 나는 누구지?” 뒤돌아봤는데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개인적인 삶이 없었다. 24시간 연결되어 있었고(connected), 계속 핸드폰을 했다. 사귀는 사람도 없었고, 개인적인 시간도 없었다. 사회 생활도 없었다. 주말에 시간이 비면 소파에서 완전히 죽은 채로 보냈다. “이러면 안 되겠다. 뭔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래서 2018년에는 일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를 회복하고 싶었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이유는 이 컨퍼런스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스트레스가 심한 거 같더라. 여기 있는 여러분 대부분 개인적인 삶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저널리스트도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믿는다. 내가 나이브한가(naïve)?

마드하브 : 와우,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요즘 어때?” 하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늘 자동 응답은 “바뻐”다. 우리가 말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바쁘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론, 당신 생각은 어떤가? 사람들이 올바른 워라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론 : 일을 즐기면 워라밸을 잊어버리게 된다. 즐겁기 때문에 일과 삶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짜 힘든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과 가족이다.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워라밸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지에 달려있다. 내 생각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것을 할 때 워라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에 올인하게 되니까. 어쩌면 나중에 사업이 성장하고 자신도 더 성숙해지면 워라밸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워라밸은 없다. 잊어버려라.

마르 : 나도 커리어를 시작할 때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35살이 되는데, 내 일을 사랑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투자했다. 나쁜 놈들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우리는 아무도 몰랐던 것을 폭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떻게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숨길 수 있는 평행 경제(parallel economy)가 존재하는지. 어떻게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세금을 안 내는지.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정말 중요했다. 하지만 내 가장 큰 실수는 그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잠자고, 먹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잊어버렸다. 이제 일을 쉰 지 5개월 됐는데, 예전에 나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좋다. 나는 더 창의적이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아이디어도 더 많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아이디어가 많다.

마드하브 : 안식년에서 이런 통찰을 얻었다니. 파나마 페이퍼스와 당신이 ICIJ에서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만약 이 통찰을 가지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다르게 했을 것인가?

마르 : 나는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대신 배우려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도) 아무것도 안 바꿀 거 같다. 그랬다면 지금 아는 것들을 배우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지만 내일 파나마 페이퍼스 같은 데이터를 받는다면 – 여기 있는 누구든지 파나마 페이퍼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 당신과 일하고 싶다. – 하지만 이번에는 한계를 설정할 거 같다. 예전에 나는 집에서 일했고 내 팀은 원격이었다. 코스타리카와 파리,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했고 나는 24시간 내내 연락이 닿았다. 지금 생각하면 좋지 않은 방식이었다. 나는 이제 핸드폰을 보는 시간에 제한을 둔다. 가령 오후 10시 이후 비행기 모드에 둔다. 물론 나는 속보(breaking news) 관련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더 어렵다. 하지만 시간을 콘트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드하브 : 아론, 당신은 창업자이자 CEO로서 관점이 다르다. 스스로 혹은 당신 직원에 대해서 생각할 때 어떤가? 그들이 24시간 연락이 가능하길 원하지 않나?

아론 : 나는 마르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다. 내가 만약 워라밸을 고민했다면 지금 이룬 것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회사를 만들고 일에 몰두할 때 워라밸을 고민했다면, 여기 있지 않았을 거다. 열정적으로 뭔가에 빠져들면 워라밸을 고민할 여유가 없게 된다.

직원들 이야기를 한다면, 당연히 그들이 워라밸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언론계에서 일한다면, 당신의 하루는 디지털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삶의 일부이다. 만약 저널리스트, 특히 뉴스 저널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미안하지만 그게 인생이다. 워라밸을 만드는 것은 당신 몫이다.

마르 : 동의한다. 모든 사람은 워라밸이 필요하고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족이 있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얼마나 함께한다고 느끼나? 가족이 있나?

아론 : 사실 아내가 이 자리에 와 있다.

마르 : 그들과 교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나? 왜냐면 내가 그랬다. 경계를 세우지 못했다. 저녁 파티에 가서 계속 핸드폰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핸드폰 스크린이 안 보이게 뒤집거나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우리 모두 그래야 하지 않나?

아론 : 내 아내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 하하.

마르 : 어디 계세요? 무대로 나오세요.

마드하브 : 이따 질문 시간에 마이크를 돌릴 테니 그때 이야기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주제를 바꾸면 좋겠다.

(중간 생략. 끝내 아론의 부인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청중 1 : 워라밸 때문에 고민하는 딸이 있다. 여러분의 실수와 교훈을 바탕으로 그녀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마르 : 나도 아직 고민하는 중이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잠을 충분히 자고 (내 경우 6~8시간), 잘 먹고, 운동을 열심하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짜증을 덜 내는 직원 또는 상사가 될 수 있다. 기본적인 거지만 내 인생에 적용하니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됐다. 예전에 짜증을 내고 매사 부정적이었지만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명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추천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명상을 종교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그냥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 최대한 오래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이 상사나 일, 남자 친구 등으로 흘러간다 해도 마지막엔 다시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날마다 10분씩 명상을 하고 있다. 미국이 깨어나는 시간 전, 그러니까 유럽 시각으로 오후 3시에 늘 명상한다. 그러면 나중에 미국에서 이메일에 쏟아져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명상이 내게 큰 도움이 됐고 모두에게 추천한다. 시도해보고 싶으면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라는 무료 어플을 추천한다. 나에게 초반에 많은 도움이 됐다.

마드라브 : 나도 명상이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또 추가하자면 빌 클린턴이 오바마 취임 직전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잠을 자라. 나는 내가 피곤할 때 최악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중요한 지적이다.

청중 2 : 미래의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이 업계에 들어가기 전에 알았으면 하는 게 있나?

아론 : 열정이 중요하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다른 모든 것은 잘 풀릴 거다. 돈 걱정은 하지 마라. 기술이든 편집이든 퀄리티를 걱정하라. 나머지는 잊어버려도 된다.

마르 : 잘못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잘한 일에 집중해라. 우리 모두 다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평등하게 바라보면 모두 실수한다는 것을 깨달을 거다. 물론 실수를 더 적게 한다. 하지만 그건 체험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그리고 모두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는 젊었을 때, 특히 스페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스스로를 프로모션해라. 당신이 최고다. 잘못한 것을 생각하기보다 그걸 기억해라.

청중 3 : 아론에게 질문하고 싶다. 하루에 몇 시간 자나? 그리고 인도 다른 텔레비전 채널(특히 두 채널)과 시청률 경쟁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관련성 있는 것’(relevant)과 ‘용인되는 것’(aceptable) 사이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나?

아론 : 나는 어디서나 잘 잔다. 차에서도 자고 잠을 조금 더 잘 수 있으면 어디서나 잠든다. 서서 잘 수도 있다. 그래서 내겐 문제가 아니다.

다른 채널과의 경쟁 관련해선, 먼저 맥락을 설명하겠다. 인도에는 24시간 뉴스 채널이 450개나 된다. 정말 경쟁적이다. 그중 7, 8개 24시간 영어 뉴스 채널이 있다. 방금 질문하신 분이 언급한 채널은 영어 뉴스 채널로 보도가 극단적이기로 유명한 두 채널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가? 내 생각에 자신의 윤리 기준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 신경 쓰지 마라. 경쟁사가 센세이셔널한 보도를 하거나 거짓말을 한다 해도 흥분하지 마라. 너의 비즈니스와 조직 그리고 미디어의 핵심 신념과 반대되는 것은 하지 마라. 마지막에는 결국 옳은 것이 승리한다.

마드라브 : 마무리하기에 좋은 메시지이다. 옳은 것은 승리한다. 긍정적인 메시지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