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은 습관, 뉴스가 아니라 신뢰와 관계를 팔아라. 구독 경제의 시대, 새로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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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의 월간 신문과방송 기고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양해를 얻어 전재합니다.)

나는 지난달부터 면도기를 정기 구독하기 시작했다(정확히는 면도날이다). 대학 졸업 이후 20년 가까이 워렌 버핏이 사랑한다는 면도기를 애용했는데 문제는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동네 슈퍼에서 사자니 너무 비싸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자니 고작 면도날 몇 개에 2500원 배송비가 아까웠다. 그래서 꼬질꼬질 때가 낄 때까지 쓰게 될 때도 많았고 ‘면도날 따위에 돈을 아끼다니’,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면도날 정기 구독으로 갈아타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면도날 4개를 배송비 포함 8900원에 보내준다. 적당히 쓰고 버리면 되니 편리하긴 하지만 좀 더 쓸 수 있는데 버리는 거 아닐까, 살짝 양심의 가책이 생기기도 했다. 면도날은 계속 배송돼 오고 안 쓰면 쌓이게 된다. 가격은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역시 싼 게 비지떡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아침마다 생각이 복잡해지긴 하지만 그럭저럭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칫솔도 정기 구독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만든 친환경 대나무 칫솔이다. 썩지 않고 수천 년을 가는 플라스틱 대신에 대나무 칫솔이라니. 실제로 6만 개 이상의 대나무 칫솔이 팔려 1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였다고 한다. 이 칫솔은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격월간 잡지 ‘빅 이슈’와 함께 두 달에 한 번 배송되는데 월 1만 원 밖에 안 한다. 칫솔이 배송될 때쯤 되면 ‘아, 두 달이나 썼군’하고 과감하게 칫솔을 바꿀 수 있다.

세탁된 셔츠를 3장씩 정기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월 4만9000원이라길래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셔츠는 잘 빨기도 힘들지만 말끔하게 다려입는 게 일이다. 한 번 입고 세탁소에 맡기면 3000원, 몇 번 맡기고 나면 옷 값보다 세탁비가 더 들게 된다. 깨끗하다 싶어서 ‘하루 더 입지 뭐’ 했다가 하루 종일 찝찝했던 경험 탓에 솔깃했는데 막상 정해진 날짜에 셔츠를 챙겨서 내놓아야 한다는 게 신경 쓰일 것 같아 포기했다.

면도날과 칫솔은 좋지만 셔츠와 꽃다발은 싫었던 이유.

구독 경제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이처럼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만들고 실제로 습관을 바꾸기까지는 약간의 ‘허들’이 있다. 이를 테면 내일 셔츠를 수거하러 올 텐데 오늘은 좀 캐주얼하게 입고 싶다면 남는 셔츠는 어떻게 하나? 월요일 아침에 헌 셔츠를 내놓고 출근해야 되는데 깜박했다면? 세탁을 한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셔츠를 공유하는 게 꺼림칙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이유로 셔츠 정기 구독은 포기했다.

월 6만5000원에 수제 맥주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2종의 맥주를 2병씩 격주로 배송해 주는데, 배송비 포함이라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나도 술 좀 마시는 사람이지만 누군가가 골라주는 대로 마신다는 게 내키지 않았고 무슨 맥주를 달아놓고 마시나 하는 생각에 포기했다. 냉장고 가득 맛있는 맥주를 쟁여두는 게 로망이지만 적어도 술은 내가 골라서 내 의지로 마시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 3만 원이면 꽃다발을 격주로 배송해준다는 서비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내키지 않았다. 특별한 어느 날, 꽃집을 찾아 꽃을 고르고 포장하기까지의 설레는 순간을 택배가 대신할 수 없을뿐더러 집에 사람이 없을 때 현관 앞에 꽃 상자가 덩그라니 놓여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면도기나 칫솔처럼 첫 결제를 넘어서면 습관이 되겠지만 나처럼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그냥 하던대로 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구독 경제의 시대로 진입했다. 10여년 전 MP3 플레이어를 썼던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어둠의 경로에서 내려 받은 음원 파일로 가득 찬 폴더를 보면서 뿌듯했던 경험을. 한때 유료 음원 시장이 열리긴 했지만 지금은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온 지 오래다. 나만 해도 애플 뮤직과 유튜브 레드와 멜론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음악은 이제 소유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불러오는 것이다.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DVD 배송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신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디즈니도 올해 하반기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도 구독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오피스365로 넘어오면서 구독 모델로 바뀌었다. 어도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도 최신 버전은 다운로드가 아니라 월 정기 결제 또는 연간 결제 모델로 바뀌었다.

“흙을 얼마나 파내고 싶으십니까.”

미국에는 릴레이라이즈라는 서비스가 있다. 안 쓰고 세워둔 차를 렌터카보다 싼 가격에 빌려주는 서비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 차를 빌려준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스마트폰 기반의 본인 인증과 네트워크 평판 시스템 덕분에 이런 공유 경제 플랫폼이 가능하게 됐다. 여기서 좀 더 나가면 차량을 구독하는 모델도 가능하게 된다. 수도꼭지를 트는 것처럼 필요한 만큼 이용하고 요금을 내면 된다.

날마다 아침 7시 반에 집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기사 달린 차량을 구독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지출할 의사가 있을까. 필요할 때마다 부를 수 있고 택시보다 훨씬 친절하고 깨끗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굳이 승용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보험도 필요 없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헤매거나 반 년마다 한 번씩 엔진 오일을 갈아줄 필요도 없다. 그냥 바꿔타면 되니까 정비소에 갈 일도 없다.

차량 구독은 리스(lease)와도 다르다. 차를 빌리는 게 아니라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다. 까만색 차를 타다가 빨간색 차로 바꿔 탈 수도 있다. 우버는 아예 월 정액으로 자유롭게 차량을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 달에 다섯 번만 탈 수도 있지만 스무 번까지 탈 수도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오면 승용차를 소유하는 게 말을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특별한 일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불·결제 솔루션 업체 주오라의 대표 티엔 추오는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당신들에게 트럭을 몇 대나 팔 수 있을까요’라고 묻지 말고 ‘흙을 얼마나 파내고 싶으십니까’라고 물어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와 관계를 파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품은 한 번 팔고 끝나지만 구독은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어낸다. 면도가 습관인 것처럼 한 번 구독자는 영원한 구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자 데이터베이스, 배송 주소 보다 더 필요한 것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구독 경제의 시대라는데 신문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 상당수 신문사에서 지국에는 독자 이름과 주소 말고는 거의 정보가 없다. 본사에서는 지국 단위로 신문 뭉치를 내려보낼 뿐 그나마도 아무런 독자 데이터가 없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30대인지 60대인지도 모른다. 상당수 신문 지국의 관리 프로그램은 우유 배달 대리점의 관리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주소를 받고 배달해주고 끝이다.

남들 이야기할 게 아니라 미디어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간 24년째인 미디어오늘 독자 데이터 베이스에는 수만 명의 독자들 정보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종이신문을 받아보는 독자가 있고 온라인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독자도 있다. 신문 구독 없이 후원만 하는 독자도 있고 후원을 하면서 신문을 받아보는 독자도 있다. 이메일 주소가 있는 독자도 있고 없는 독자도 있다. 집 주소가 있는 독자도 있고 없는 독자도 있다.

지금 테이블 위에 1만 원이 놓여 있으면 그건 1만 원일 뿐이다. 그러나 월 1만 원씩 내는 독자 1명은 1년이면 12만 원, 10년이면 120만 원의 매출을 만들어 준다. 독자 한두 명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몇 백에서 몇 천 단위로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0명이면 연간 1억2000만 원, 1만 명이면 12억 원이 된다. 광고 몇 판이면 된다고 생각할 금액이지만 대부분 언론사에서 광고는 꺼져가는 시장이고 구독이 그나마 남은 마지막 대안이다.

미디어오늘의 경우 달마다 정기 결제를 하는 독자가 있고 연간 단위로 결제를 하는 독자도 있다. 정기 결제의 경우 자동 이체도 있고 신용카드 결제도 있다. 결제 정보를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연간 결제의 경우 정기 구독이 끝나는 시점에 전화로 신용카드 정보를 다시 받거나 우편으로 지로 용지를 발송하고 결제를 부탁해야 한다. 결제 유형에 따라 독자의 성격이 다르고 습관도 다르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런 차이를 알지 못했거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연간 결제가 일시불이라 편리하긴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1년에 한 번 구독을 연장할 때마다 새롭게 지불 장벽을 맞닥뜨리게 된다. 핵심은 구독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불 연간 결제로는 습관이 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달마다 빠져나가고 해지하고 싶어도 귀찮아서 내버려두는 정도가 좋다. 연간 구독은 1년 단위로 절독이 많지만 오히려 정기 결제는 몇 년씩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구독은 습관이다.

지로 통지서도 난감한 물건이다. 요즘 세상에 지로 통지서를 은행에 들고 가서 돈 낼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연간 구독 만기가 다가올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지로 용지에 인쇄해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전화를 걸어 “독자님, 다음 달이 구독 만료인데 신용카드 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라고 묻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지로 용지는 오프라인 시대의 유물이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구독에서는 먹히는 방식이다.

지로 통지서는 공과금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교적 구독 연장 효과가 큰 편이라고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불쾌한 방식이다. 구독 연장 의사를 묻지도 않고 청구서를 보내는 성격인 데다 납부 절차도 번거롭다. 그 흔한 QR 코드 같은 것도 없어서 직접 계좌번호를 찍어가면서 무통장 입금을 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면 금융결제원 통합 납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는 또 액티브X로 떡칠이 된 사이트다.

게다가 문제는 자동 이체와 무통장 입금 등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관리하고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독자와 입금자가 다르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했던 독자가 무통장 입금을 한다거나 지로 통지서를 보냈는데 입금이 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조차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정기 결제의 경우도 통장 잔고가 부족하거나 말도 없이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아서 돈도 안 냈는데 신문이 몇 달씩 발송되는 경우도 흔하다.

결제 방식이 늘어나면서 하나씩 갖다 붙이긴 했는데 통합된 대시보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각각의 결제 대행 업체에서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러 결제 경로를 취합해서 하나의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은 개별 신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독자들을 추적하고 구독 패턴을 분석하면서 통합된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미디어오늘 독자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주오라를 비롯해 몇 가지 구독 관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제품 데이터와 독자 데이터, 구독 데이터를 따로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판매하려는 제품은 단일한 제품이 아니다. 과거에는 신문 한 종류만 팔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문은 우유 배달과 달라야 한다. 우유도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저지방 우유나 저온 살균 우유나 유기농 우유나 구독 패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현관 앞까지 배달되는 건 같지만 신문이라는 상품의 성격을 오프라인에 한정하고 우유처럼 판매한다면 어떤 변신도 확장도 불가능하다. 여전히 신문의 외형은 종이지만 내용은 디지털 콘텐츠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제품과 독자, 구독 데이터를 분리하라.

독자 데이터와 구독 데이터를 분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독자=구독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각각의 구독 유형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당장 미디어오늘만 해도 종이신문 정기 독자와 온라인 유료 회원, 후원 회원이 모두 다르고 월 정기 결제와 연간 결제, 평생 회원이 또 다르다. 독자 데이터와 제품 데이터가 연결되면 그때 구독 데이터가 생성되도록 구독 관리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신문 배달원이 구독료를 받아가던 시절에는 신문을 끊겠다고 하면 서비스로 몇 달을 공짜로 넣어주겠다고 제안하곤 했다. 신문 구독이 온라인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독자들의 구독 패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연간 결제의 경우 연장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구독 개시 10개월쯤에 간단한 선물을 보낸다면 이 비율이 올라갈 수 있는가. 6개월쯤 선물을 보내는 것과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있나.

정기 결제나 후원 회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달마다 돈만 내고 실제로 로그인을 하지 않는 독자에게는 어떤 제안이 필요할까. 특별 부록 성격으로 주요 기획 기사들을 묶어 팜플렛 형태의 스페셜 에디션을 보내주는 것도 절독 비율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석 달에 한 번씩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보내주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구독료를 두 배 이상 높이되 오프라인 이벤트에 초청하는 프리미엄 회원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독자 데이터는 고정이지만 제품과 구독은 계속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 온라인 독자에게 종이신문 구독을 제안할 수도 있고 종이신문 독자에게 온라인 부가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추천할 수도 있다. 여전히 미디어오늘을 지지하지만 읽지도 않는 신문이 쌓여있는 게 부담스러워 신문을 끊고 싶다는 독자들도 꽤 많다. 독자들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각각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고 테스트하고 검증하면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멤버십 비즈니스의 전문가로 꼽히는 로비 켈먼 벡스터는 ‘멤버십 이코노미’에서 멤버십 확장의 3단계 전략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 구독을 꺼리게 하는 마찰 요소를 제거하라. 지불 장벽을 낮추고 결제를 간소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프리 트라이얼 기간을 제공하거나 이벤트 요금제를 제안할 수도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는 순간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지도 A/B 테스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고객에게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하라.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무료 첫 달 동안 세 편 이상의 영화를 봐야 계속 남게 된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계속 취향을 분석하고 관심이 있어할 만한 영화를 추천하면서 다섯 편 이상의 영화를 보도록 유도했다. 셋째,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보상하라. 30일 안에 적절한 보상이 제공돼야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멤버십 이코노미’의 조언이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게 바로 콘텐츠의 함정”이라면서 “콘텐츠 중심에서 연결 중심으로 사고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은 좋은 콘텐츠에 감동했을 때가 아니라 그 콘텐츠가 내 삶과 연결이 됐을 때, 비용을 치를 만한 구체적인 동기 부여가 됐을 때다.

제품을 팔지 말고 관계를 팔아라.

뉴욕타임스는 2005년 프리미엄 콘텐츠를 묶어서 ‘타임셀렉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6년 뒤인 2011년 미터드(metered) 페이월 방식의 유료화를 다시 시도했다. 처음에는 월 20건까지 무료로 시작해서 2012년 10건으로 줄였고 2017년 다시 5건으로 줄였다. 뉴욕타임스의 교훈은 상당수 사람들이 6건째 기사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짜로 볼 수도 있는 좋은 기사에 기꺼이 후원하는 성격으로 유료 회원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차별화된 기사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좋은 기사에 감동 받아서 돈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뉴스는 공기와도 같아서 비슷비슷한 기사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보다는 뉴욕타임스의 후원 회원이 된다는 것, 남들은 5건 밖에 읽지 못하는 기사를 마음 편히 무제한 읽을 수 있다는 자부심과 소속감이 월 12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게 핵심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유료 회원이라는 디인포메이션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기사가 하루 평균 2~3건 밖에 안 되는데 구독료가 월 39달러부터 시작한다. 유료 회원에 가입하면 등급에 따라 컨퍼런스 콜과 스페셜 이벤트에 참석할 수 있다. 구독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슬랙 채널도 개설돼 있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런치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최고 경영자 제시카 레신이 직접 발송하는 뉴스 레터를 구독하면 디인포메이션이 독자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언젠가 디인포메이션이 홍콩에서 “아시아의 젊은 여성 리더들”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는 메일을 받았다. 참가비는 무료인데 디인포메이션 구독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컨퍼런스였다. 살짝 관심이 생기던 차에 뉴스 레터 하단의 문구에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이 메일을 보고 가입하면 연간 구독료가 반값.”

지난 몇 달 동안 국내외 구독 경제 모델을 연구하면서 몇 가지 접근 가능한 전략을 정리해 봤다. 첫째, 이메일 주소든 전화번호든 확실한 독자 아이덴티티를 확보해야 한다. 이름과 집 주소는 신문 배달할 때나 필요하지 온라인에서 관계를 강화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한 다리 걸치는 게 핵심이다.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옮겨도 계속 쓰는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둘째, 계속해서 말을 건네고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4%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어떻게든 뉴스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들고 찾아서 읽게 만들지 않으면 뉴스 유료화든 구독이든 요원한 일이다. 뉴스레터 기획과 제작에 가장 실력 있는 기자들을 투입하고 유료 독자들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유료와 무료 콘텐츠의 최적 비율을 실험하고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무료 보편적인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되 충성 독자와 슈퍼 유저를 위한 혜택을 제안하고 지불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 구독이 의사 결정의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한다. 독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의 근간이 충성 독자의 지불 의사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로의 인식 전환, 물고기를 삼켜라.”

뉴스 콘텐츠의 페이월 전략에 대해서는 내가 2017년에 썼던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언론동향 보고서 “다이내믹 페이월, 뉴스 콘텐츠 유료화의 진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하드 페이월이 어울리는 곳도 있고 미터드 페이월이나 프리미엄 모델이 효과적인 곳도 있다. 항공기 좌석을 판매하는 것처럼 각각의 승객에게 다른 조건과 요금을 책정하고 동시에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티엔 추오는 “구독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고기를 삼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매 모델에서 구독 모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이 줄어들지만 그 과정을 견뎌야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뉴스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인식의 전환이 당장은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네이버, 또는 구글 등에서 구독 관리 프로그램의 개발과 커스터마이제이션에 투자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인 데다 결제 솔루션의 표준화에 여러 업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공적인 기금을 조성하고 오픈 소스로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구독 경제에 대한 여러 언론사들의 노하우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모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오늘이 준비하고 있는 구독 경제 프로젝트, ‘미디어 먼데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우리는 월요일마다 토크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미국의 비영리 신문사 텍사스트리뷴을 벤치마킹했다. 월요일마다 같은 장소에서 강의와 토론, 좌담회가 열린다. 1년에 50번, 유료 회원들을 무료로 초대하고 회원이 아니면 상당히 비싼 참가비를 내야 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독자들과 관계를 확장하기 위한 이벤트다.

우리의 오랜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신문을 팔지 않고 관계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을 끌어내고 우리의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돈을 낼만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충성 독자들이 미디어오늘의 콘텐츠를 더 열심히 읽고 미디어오늘의 콘텐츠를 유통시킬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미디어 먼데이’는 5월13일부터 시작된다. 맥주와 간식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