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력한 저널리즘을 위한 57가지 아이디어. 미리보는 2018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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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아마 기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글쟁이들의 고민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한 글 말고 진짜 쓰고 싶은 글 말이죠.

오딘네트워크의 COO(최고운영책임자) 이대승님은 “스팀잇을 통해 기본소득이 주는 지속가능성을 봤다”고 합니다. 이대승님은 한국에 몇 안 되는 스팀 고래 가운데 한 명이죠.

스팀잇이 뭔지 모른다고요?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인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돈으로 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친구들이 ‘좋아요’를 많이 눌러줄수록 지갑에 스팀 코인이 쌓이고 그걸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글=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스팀잇에서는 스팀 파워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요. 플랑크톤부터 시작해서 피라미, 돌고래, 범고래, 고래까지 올라가려면 스팀 파워가 최소 5만 이상이 돼야 합니다. 스팀잇에서는 ‘좋아요’가 아니라 보팅(voting)이라고 하는데 스팀 파워가 높을수록 더욱 강력한 보팅을 할 수 있습니다. 파워풀한 고래가 밀어주면 코인을 훨씬 더 쉽게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팀 고래 이대승님은 몇 가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키핏(@keepit)이라는 그룹을 만들고 여기에 글을 올리는 16명의 회원들에게 보팅을 밀어주는 것이죠. 슈퍼 고래가 작정하고 보팅을 밀어주면 한 번에 15~20달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풀 보팅을 하면 한 번에 몇 십만 원까지 밀어줄 수도 있고요. 물론 이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 용돈 벌이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 2개로 생활하던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1개로 줄이고 글을 쓰면서 그만큼 수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거죠.

“글을 쓰는 걸로 편의점 알바 정도의 페이를 받을 수 있다면 이왕이면 글 쓰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겠죠. 아직은 이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글 한 편 쓰는 데 2~3시간 걸린다 치고 2~3만 원 정도 수입이 생긴다고 치면 최저임금 이상은 되겠죠. 장기적으로 스팀잇 기반의 기본소득 시스템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한 군데에 보팅을 몰아줄 수도 있겠지만 이대승님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서 보팅을 하고 있습니다. 스팀 생태계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기본소득을 받고 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스팀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스팀 코인의 가치도 계속 올라가겠죠.

이대승님은 의대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군의관을 지낸 뒤 곧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죠. 의사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의사와 개발자, 법률가들 20여 명이 모여서 메디팀(mediteam.us)이라는 웹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시 스팀 기반의 미디어입니다.

“저는 제가 시스템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좋은 글을 쓰고 내가 가진 영향력을 나누고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키워가는 일만큼 보람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스팀잇 생태계가 바닷가의 어촌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만 이익을 챙길 수도 있겠지만 이 동네가 다 같이 잘 돼야 나도 여기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거죠.”

물론 스팀잇 생태계에서도 셀프 보팅이 논란이 되기도 하고 수수료를 주고 보팅을 거래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스팀 파워를 키우는 어뷰징 행위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운 보팅 기능도 있죠. 생태계를 교란하는 사람은 퇴출됩니다. 블록체인이 과열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스팀잇은 비교적 잘 설계된 시스템이고 평가와 보상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팀잇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매력 지수가 낮은 나라에서 훨씬 더 강력한 콘텐츠 유발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스팀잇에서 우간다 친구들을 후원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한 10달러 나오면 잘 받았다고 하고 5달러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죠. 그런데 우간다에서는 1달러만 받아도 하루 노동을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NGO(비정부기구)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중간 과정에서 떼먹는 게 많아요. 한 끼에 1000원 후원해 달라고 해놓고 월급 다 쓰고 마케팅 비용 쓰고 400원 정도 건너가죠. 그런데 스팀잇은 한 번 주면 다 꽂히죠. 이게 중개자가 사라지는 이유고, 사라져야 하는 이유죠. 저는 우간다에 있는 친구들 20명에게 스팀 파워를 임대해주고 44명에게 보팅해 주면서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고 있어요.”

지난 한 달여 동안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57명의 발표자 대부분을 직접 만나면서 가볍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체 프로그램 안내는 여기. http://special.mediatoday.co.kr/conference/agenda/) 올해는 그 어느해 보다도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많았습니다. 지난해까지 이틀이었던 프로그램을 올해는 사흘로 늘렸는데도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을 정도로요.

블록체인은 지금 미디어 생태계에 불어닥친 수많은 변화와 가능성 가운데 일부입니다. 콘텐츠 패키지가 해체되면서 플랫폼 종속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급감하는 것과 달리 소셜 미디어에서는 폭발적인 바이럴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죠. 독자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미디어 기업의 변화가 느린 것입니다.

전통적인 광고 비즈니스가 무너지면서 많은 언론사들이 독자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미 2012년부터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뛰어넘었죠. 노르웨이의 쉽스테드는 다이내믹 페이월로 새로운 콘텐츠 수익 모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100명의 독자에게 100개의 다른 홈페이지를 내놓아야 읽히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미디어 서비스와 결합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콘텐츠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는 보편적인 양식이 됐고 동영상 콘텐츠의 문법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확산과 함께 오디오 콘텐츠도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미디어 블로터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154억 원 규모의 리버스 암호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김상범 블로터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탈 중앙화가 미디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든 중앙화된 조직은 자본과 정치, 이해집단 같은 외부 세력에 취약하고 결국 미디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우리는 미디어 네트워크가 어떤 압력에 의해서도 지배되지 않도록 자율적이면서 자립적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율적이고 자립적인 탈 중앙화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블로터가 꿈꾸는 탈 중앙화 미디어 네트워크는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는 개념부터 다릅니다. 미디어 기업이 저널리스트들을 고용해서 독점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모델이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독자와 광고주가 점과 점으로 만나고 에디터가 콘텐츠에 맥락을 부여하고 독자가 직접 크리에이터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모델입니다.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의 공개 범위와 비용을 책정하면 원고료도 토큰으로, 광고비도 토큰으로 주고 받습니다.

블로터의 레벨 프로젝트는 성공할까요? 이대승님의 기본소득 실험처럼 지속가능한 재생산 구조가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토큰의 가치도 올라가고 계속해서 크리에이터와 에디터가 유입되겠죠.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김상범 대표의 인터뷰는 여기. http://www.leejeonghwan.com/?p=3116)

사실 그동안 한국의 언론사들은 돈 버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만들어 놓으면 팔리던 시절도 있었고 팔리지 않아도 여전히 광고가 살아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혁신을 모색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건 그동안의 관성과 내부의 저항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한 신문사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디지털 전환은 필연적으로 구조 조정을 수반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력 감축이 아니라도 익숙한 걸 버리고 낯설고 불편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인력의 전환 배치가 필요하니까요.

실제로 수십억 원 예산을 들여 덴마크에서 기사 집배신 시스템을 들여왔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반품한 신문사도 있었습니다. 상당수 신문사들이 편집 인력을 축소하고 제작 공정을 단축시키고 있는데 이 신문사는 오히려 데스킹 프로세스를 추가하느라 멀쩡한 CMS를 갈아엎는 삽질을 벌였죠. 독자들은 저만큼 가 있는데 콘텐츠 생산자들은 여전히 3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이인숙 팀장은 “이용자 경험(UX) 못지 않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에디터의 경험(EX)”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도 만들어 볼 수 있구나. 텍스트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제안하고 애초에 기획과 취재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스토리 포맷을 고민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런 시도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에서는 ‘내 소득을 키로 나타낸다면?’이나 ‘내가 만드는 헌법’ 같은 다양한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였습니다. 이인숙 팀장은 이런 실험이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뉴스룸의 변화를 이끄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냉면의 취향’을 기획하면서 지면 기사를 동시에 준비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종이신문에 한 면을 털어 냉면 지도를 그린 것이죠.

장성환 203인포그래픽연구소 대표는 “종이신문의 중요한 매력은 물성”이라고 강조합니다. 여전히 한 판 가득 펼쳐놓는 압도적인 이미지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만질 수 있고, 넘길 수 있고, 접을 수 있고, 벽에 붙여 놓을 수 있는 종이신문의 물성은 온라인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죠. 장성환 대표는 “엄숙주의와 계몽주의의 전통에 머물지 말고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장성환 대표가 제안한 ‘내러티브 다이어그램(narrative diagram)’이라는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실제 디자인 시안을 뽑기 전에 정보의 양과 밀도를 시각화하고 구조화하는 단계를 두면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미디어오늘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마케팅팀의 실험도 주목할 만합니다. 신문사에 마케팅팀이라니, 생소하죠. 조주환 팀장은 KT와 현대카드에서 소셜 미디어 전략을 담당했습니다. 조주환 팀장이 중앙일보에 합류해서 처음 시도한 게 디시인사이드와 협업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언론사들이 기사는 우리 사이트에 와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중앙일보는 과감하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사를 꽂았습니다. 독자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하루 종일 자기가 즐겨찾는 커뮤니티에서 모든 정보를 다 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디시에서, 누군가는 오유에서, 누군가는 일베에서, 서로서로 링크를 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죠. 필터 버블을 경계해야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필터를 선택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디시인사이드와 제휴 이후 18~34세 독자들이 늘어났고 저녁과 주말 페이지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하루 페이지뷰는 10만 뷰 정도, 결코 가벼운 숫자는 아닙니다.

중앙일보는 블라인드와 에브리타임, 잼라이브에도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주환 팀장은 “특정 플랫폼 의존도가 높으면 자칫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면서 “플랫폼을 다변화하고 뉴스의 도달률을 높이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주환 팀장의 팀은 모두 4명입니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미 만들어진(만들고 있는) 콘텐츠를 어디에 어떻게 읽히게 만들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실제로 실험하는 곳은 많지 않죠.

“현대카드에서 문화 콘텐츠 마케팅을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뉴스는 유통 기한이 짧죠. 예능은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데 뉴스는 하루 수백 건씩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단 건으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공기와도 같습니다.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일부러 공기를 마시러 찾아오지는 않죠. 익숙한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거죠. 별도의 밸류를 줘야 합니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대 교수가 ‘콘텐츠의 함정(Content Trap,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콘텐츠의 미래)’이란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콘텐츠는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잘 팔리겠지’라고 여기는 맹신 탓에 콘텐츠의 덫에 빠지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닌 기초일 뿐이다.”

72초TV의 성지환 대표의 고민은 층위가 조금 달랐습니다. 72초TV는 때깔 좋은 숏폼 동영상을 만들죠. 제작 단가도 굉장히 높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업계에서는 저 짧은 영상 하나에 저렇게 돈을 많이 쏟아 부어서 어쩌려고 저러나 하고 걱정할 정도입니다.

성지환 대표는 디즈니의 스트래티지 맵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바로 이 그림인데요.

무려 1957년에 만든 그림입니다. 영화를 가운데 두고 TV와 음악, 출판, 디즈니랜드 등의 사업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한눈에 비전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비즈니스와 미디어 비즈니스, 캐릭터 비즈니스, 출판 비즈니스, 그리고 놀이공원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비즈니스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성지환 대표의 고민은 지금 72초TV는 한 가운데 무엇을 둬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간판 콘텐츠였던 72초는 물론이고 오구실이나 dxyz도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성지환 대표의 고민입니다.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건 광고주 아니면 플랫폼 밖에 없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에 무게 중심을 두면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이 떨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그런 길을 걷고 있기도 하고요. 그나마 플랫폼에서 얻는 수익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기에는 턱없이 열악합니다. 72초TV는 그래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점을 앞두고 있는 dxyz 오프라인 매장도 그런 고민의 결과겠죠.

왈이의 아침식땅을 운영하는 노영은 대표도 만났습니다. 출근길에 읽을만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시작했다가 오디오 콘텐츠로 피봇을 했고 지금은 인공지능 스피커에 들어갈 대화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인만큼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직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마시즘의 전상민 대표는 언젠가 제가 전주민주언론시민연합 초청 특강에서 “싱글 서브젝트 미디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잠깐 소개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선샤인뉴스를 창간했을 때 편집장을 맡았던 친구입니다. 졸업하고 소셜 마케팅 회사를 창업했지만 언젠가 전주에 돌아와서 매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았고 그래서 만든 게 마시즘이라고 합니다. 한 놈만 패는 전략인데요. 전주에 카페를 차리고 작업실로 쓰고 있고요. 여기에 마실 것에 관한 국내 출간된 거의 모든 책을 갖다 놓았다고 합니다.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의 이야기는 인터뷰로 따로 정리한 게 있으니 읽어보시고요. http://52.79.227.143/?p=958

소개하려고 보니 끝이 없군요.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컨퍼런스 본편에서 만나시고요.

라운드 테이블만 소개드리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세 차례 스페셜 라운드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데요. 컨퍼런스 안의 작은 컨퍼런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째 날 주제는 “버티컬 미디어 전략과 싱글 서브젝트 미디어의 실험”입니다.

어피티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재테크 정보를 만들죠. 이슬아님은 날마다 수필을 연재하고 메일로 보내주는 회원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시즘은 마실 것만 다루는 버티컬 미디어고요. 어반플레이는 도시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매체입니다. 전시와 행사 기획, 온라인 마케팅까지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만듭니다. 메디치미디어는 출판사지만 최근에 피렌치의 식탁이라는 이름으로 아젠다를 제안하는 언론을 만들었습니다. 직썰은 정치와 시사에 집중하는 바이럴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어피티는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피렌체의 식탁은 오피니언 리더를 공략합니다. 직썰은 시사에 관심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타겟이고요. 어반플레이는 지역에 집중합니다. 연남동이면 연남동, 경리단이면 경리단, 골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마시즘은 싱글 서브젝트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데서 무궁무진하게 콘텐츠를 끌어냅니다. 이슬아님은 감성을 공유하는 글을 쓰죠. 콘텐츠 직거래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의 외부에서 이렇게 열독률 높은 충성 독자들을 확보하는 미디어 모델이 계속 늘어나는 건 정말 가슴뛰는 일입니다.

둘째 날 주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뉴스룸”입니다.

저는 지금이 미디어와 플랫폼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고 있고요. 이제 기업이든 정부든 시민사회든 누구나 직접 매체를 조직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희 컨퍼런스 주제가 ‘저널리즘의 미래’지만 미디어의 경계와 영역이 무너지고 있고 메시지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됐습니다. 콘텐츠 패키지가 해체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오히려 거꾸로 브랜드 스토리텔링 기법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외국 언론사들은 뉴스룸과 별개로 브랜드 스튜디오를 만들고 광고주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고요. 서울시와 GE코리아, 코카콜라, 현대카드, SK텔레콤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실험 사례가 소개됩니다.

셋째 날 주제는 “클라우드와 미디어 혁신”입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한국 언론사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전략을 제안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클라우드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론칭한 SK텔레콤의 발표도 준비돼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를 몇 군데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미디어 기업과 테크놀로지 기업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번에 다녀온 GEN(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 컨퍼런스에서도 아마존과 구글, 챠트비트, 알리바바 등의 세션이 많았습니다.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CMS(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 개편을 통한 콘텐츠 혁신을 실험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의 과정에 있습니다. 독자 인게이지먼트를 고민하고 콘텐츠의 확장성과 도달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미디어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합니다. 실제로 조선일보와 CBS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옮겨가는 언론사들도 많죠.

특히 기대되는 세션은 마지막날 마지막 순서인 “경계를 넘어 저널리즘의 본질로”입니다. CBS의 대기자 변상욱님이 “저널리즘의 본질과 저널리즘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곽윤섭 한겨레 기자와 서정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 팀장의 발표도 기대됩니다.

무엇보다도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센터장과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인사이트풀한 키노트도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저널리즘”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하시죠?

올해 4회째를 맞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는 기자들이 돈 내고 오는 컨퍼런스로는 거의 유일하고 언론사 관계자들이 청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컨퍼런스로도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올해 컨퍼런스는 초청장을 아주 조금 밖에 안 찍었습니다. 참석자의 99%가 유료 고객입니다. 유료 행사인만큼 별도로 미디어오늘에 정리 기사도 싣지 않을 계획입니다.

제목을 ‘저널리즘의 미래’가 아니라 ‘미디어의 미래’나 ‘콘텐츠의 미래’라고 달았으면 좀 더 청중의 범위를 넓히고 흥행이 좀 더 쉬웠을 수도 있으나 굳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집한 건 여기에 비즈니스 이야기도 있고 기술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은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컨퍼런스라는 처음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계의 뻔한 이야기나 적당히 번역한 해외 사례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장의 이야기로 57개의 커리큘럼을 구성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입니다.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 이미 등록은 끝났습니다만, 월요일 아침 건국대 새천년관으로 오시면 현장 등록도 가능합니다.)